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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수 있어야 살 수 있다

Posted at 2009/04/25 23:47 // in 韓醫學 // by Peter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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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수 있어야 살 수 있다

인간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힘은 좋아서 끌리는 힘. 즉 매력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배반자를 나쁘다고 말하지만 배반당한 사람에게도 책임은 있다.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아 둘만한 자기 매력을 기르지 못한 것은 그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자기를 무작정 좋아해주기만을 바라는 것은 기업이 제 멋대로 제품을 만들어 놓고 고객이 안 사준다고 푸념하는 것과 같다. 고객의 필요와 기호에 맞는 제품과 서비를 개발하는 일은 이래서 중요한 것이다.(윤석철 교수의 "경영 경제 인생" 강좌 45편 중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번에 병점에서 일하고 있는 재호형을 보러 갔을때. 재호형이 선물로 준 책이 두 권이 있었다. 그 중에 한 권이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님으로 계시는 윤석철 교수님의 “경영.경제.인생”(위즈덤하우스)이었다. 솔직히 이런 인생에 대한 조언에 대해서는 그다지 재미없다고 느끼는 편이라서 선뜻 손에 잡히지는 않았었는데. 그래도 재호형이 주신 책이니 끝까지 봐야지 하는 마음에 읽었는데. 이 구절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아 그런 것이구나. 내가 살기 위해서. 나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줄 수 있어야 사는 것이라고. 그 사람에게 내 것을 줄 수 있어야 하고. 그 고객이 원하는 것을 채워줄 수 있는 곳이 되어야 자본주의 시대에서 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이구나. 고객의 힘으로 살아가는 기업들이 사회 공헌이라는 이름으로 기부금을 내고. 착한 일을 하는 이유들이 결국 고객들과 함께 살아가는 기업이라는 것을. 아무래도 이미지를 좋게 하고 싶은 이유도 있겠지만. 그렇게 같이 살아가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로컬 한의원에서 일하면서 이러한 점에 대해 곧잘 느끼게 된다. 1차 의료 기관에서 일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2차 3차 기관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대학병원이나 중소 병원들은 병원 나름대로의 시스템이 있고 살아가는 방법들이 있다. 하지만 1차 의료 기관들은 어떻게 보면 조그만 사업장이나 다름없다. 단지 고객이라는 이름이 환자라는 명칭으로 바뀌었을뿐이다. 자기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관리하고. 언제나 먼저 찾아올 수 있는 환경으로 하는 일들은 일반 기업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한의원도 마찬가지이다. 치료에 대한 의미도 분명히 있어야 하겠지만 경영에 대한 측면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이 1차 의료기관이다. 보험 수가에 대한 문제에서부터 경비 지출이라든지. 세금에 대한 문제들은 환자 치료 효율에 대한 문제들보다도 어쩌면 더 상위에 해당하는 고민거리들이다. 아무리 열심히 환자들을 보더라도 이런 시스템이나 문제들이 잘 해결되지 않으면 자기가 일한만큼 받을 수 없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이유는. 여러 한의사들 중에서 이러한 점에 대해 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곧잘 있다.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을 채워줄 수 있으며. 그 사람이 필요한 것에 대해서 자기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줄 수 있어야 살 수 있다는 말에 대해서 생각해야 하는데. 그러한 점을 잘 실천하지 못하는 한의사들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과 문제에 대해 적절한 조언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무리하게 한약 투여를 권유하고. 그 이후에 회복되지 못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해버리는 일들을 서슴없이 하는 경우가 있다. 환자들은 그런 사람들에 의해서 상처받게 되고. 다른 한의원에서 치료 받게 될때 그 상처들을 풀어놓게 된다. 의사를 믿지 못하고. 경계심을 가지게 되고. 치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면. 어찌 그것이 치료가 가능하겠는가.


게다가 먼저 정확히 무엇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 알지 못하면서. 알아서 환자가 와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한의원을 열기만 하면 저절로 환자가 와서 치료 받기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사람들이 꽤 있다. 게다가 치료에 대한 자신감이나 카리스마가 아닌 무뚝뚝함과 환자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의사들로 인해서 상처받는 경우도 곧잘 생긴다. 그러한 사람들이 과연 이 시대를 살아나갈 수 있을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의사들에게 한 번쯤 생각해보라고 권유할만한 말이다. 줄 수 있어야 살 수 있다는 말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당신은 이 시대에 환자들과 함께 살아갈 이유가 있는. 내 것을 줄 수 있는 한의사인가. 아니면 그저 환자가 그대로 와서 주기를 바라는 그런 한의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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